제5회 경희대 통합의료인문학 영화주간 '인공지능과 인간의 삶' 2일차, 영화<애프터 양>
▣ 일시 : 2024년 10월 31일(목) 14:00~17:00
▣ 주최 :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 주관 :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인의예지(仁義禮智) 지역인문학센터
▣ 후원 : 한국연구재단, 교육부, 경희대학교, 영화진흥위원회, 서울시, 서울영상위원회
▣ 장소 :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중구 정동길 3 경향아트힐 2층)
2024년 10월 31일, "제 5회 경희대 통합의료인문학 영화주간 : AI와 인간의 삶" 2일차를 맞이하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영화 상영과 특강이 진행되었다.
2일차 상영 영화는 <애프터 양>(코고나다, 2021) 으로, 제이크 가족의 한 일원이었던 안드로이드 인간 '양'의 고장 이후 그가 남긴 기억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는 안드로이드 양이 필름카메라로 가족의 사진을 찍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양은 가족의 즐거운 장면을 카메라뿐 아니라 자신의 기억 장치에 별도로 저장해둔다. 후에 아버지 제이크의 회상 속에서 이 장면은 양의 기억과는 또 다르게 기억된다. 하나의 같은 경험은 세 개의 서로 다른 기억 속에서 살짝 변형되고 중첩되어 나타난다. 이는 기억의 저장이란 것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결코 완전한 기록일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기억이란 양이 남긴 수많은 아카이브화된 메모리들처럼 선별되고 파편화된 기록들의 모음이다.
제이크에게 있어 단지 딸 아이의 베이비 시터로, 하나의 물건처럼 여겨졌던 양은 그의 기억들을 추적해가는 과정 속에서 한 명의 인간처럼, 나아가 진짜 가족의 일원처럼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는 양이 살아 생전 좋아했던 나비와도 같다. 애벌레가 나비로 탈바꿈하는 순간은 애벌레에게는 끝이지만 나비에게는 새 시작이다. 무에서 유가 나오고, 죽음에서 삶이 비롯되듯 양 역시 수명이 다한 이후 그가 남긴 기억 속에서 삶의 새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다.
비로소 가족의 일원으로 거듭난 양을 추모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 이후 곽영빈 교수(미술평론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객원교수)의 강연, "AI 이후의 기억과 애도, 혹은 영화(의 미래)"가 이어졌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 기억에 다가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며 영화 역시 기억 보존의 차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고, AI에 의해 새로운 차원의 기억 보존과 증언이 가능해졌음을 말하였다.
강연자 곽영빈 교수는 용도를 다해 사라져간 기계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며 강연을 시작하였다. 기계가 사람과 다른 것은 죽지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유기체의 죽음에는 애도를 표하지만 기계에는 그렇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기억의 '저장 공간'으로서 기계에도 애도가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AI를 이용한 새로운 차원의 증언을 기록하고 기억을 보존하려는 시도는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USC Schoah Foundation은 세상을 이미 떠난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증언을 기계화된 홀로그램으로 생생하게 복원시켜 관람자들이 직접 만나고 문답을 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증언이란 가변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으며 모호하고 주관적이라는 속성을 띄지만, 이런 방식으로 생생하게 재현됨으로써 우리는 그것을 진짜라고 믿게 된다.
강연자는 발터 벤야민의 예술에 대한 설명을 인용하여 설명을 진행시켰다. 딱 한 번만으로 존재하는 제 1의 기술과 복제되어 계속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유희 차원의 제 2의 기술. 우리는 진짜는 아니지만 '진짜 같은' 가상 세계를 바라보며 즐거움을 느낀다. 영화는 이런 유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편 앙드레 바쟁은 영화 예술을 리얼리즘으로 보고 미이라 컴플렉스라 불렀다. 영화는 그 본질로부터 인간의 리얼리즘에 대한 집념을 실현시키는 것으로, 결국 자신의 기억을 박제하고 보존시켜 후대에 전하려는 인간 욕망의 실현이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어떤 기억을 박제하고 유전하고자 하는가?
이런 논의는 "확장된 영화(1970)"에 대한 논의를 보면 더욱 잘 알 수 있다. 영화는 예술의 한 형태이지만 확장된 영화는 삶과 마찬가지로 '되기'의 과정이며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켜 삶을 보여주는 하나의 기억장치로 자리잡을 수 있다.
강연자는 강연의 후반에 들어 "역사적 트라우마의 재현"에 대해 말하며 다시 한번 처음의 증언 그리고 기억의 보존과 관련한 논의를 되짚었다. 거듭 말하자면, 증언이란 '믿을 수 없는' 비합리적이고 애매한 것이다. 그러나 한 개인이 아닌 집단의 기억은 마치 외상적 트라우마처럼 깊숙히 자리잡아 두고두고 회자되며 한 세대가 아니라 여러 세대로 전해진다. 역사적 트라우마의 재현은 생동감 있게 표현될 수록 더욱 깊게 자리잡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아포리아 속에서 기억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만약 인간의 기억이 파일 형식처럼 업로드 해 인간이 뇌로서 존재할 수 있다면, 우리의 몸은 필요 없어지게 될까? 영화 <her>에서 주인공이 몸이라는 실체가 없이 목소리로만 존재하는 AI와 사랑에 빠졌던 것처럼, 우리는 인터페이스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무엇이 대체될 수 '있고', 무엇이 대체될 수 '없는가'? 뷰어로서 기억을 바라보는 것과 체험자로서 기억을 기록하는 것 중 어느 것을 택해야하는가? 강연자는 다가오는 AI 시대와 기억의 보존과 관련해 깊이 고민해봐야할 많은 질문들을 제기했다.
AI의 시대와 이전 기억들 그리고 기억 장치들에 대한 애도, 증언의 새로운 차원이 다시 힘있게 강조되며 2일차 강연이 마무리 되었다.
- 김솔휘(경희대학교 HK+ 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연구보조원) / 2024.11.1
작성자hk2022 작성일2024-11-01 조회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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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경희대 통합의료인문학 영화주간 '인공지능과 인간의 삶' 2일차, 영화<애프터 양>
▣ 주최 :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 주관 :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인의예지(仁義禮智) 지역인문학센터 ▣ 후원 : 한국연구재단, 교육부, 경희대학교, 영화진흥위원회, 서울시, 서울영상위원회 ▣ 장소 :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중구 정동길 3 경향아트힐 2층)
2일차 상영 영화는 <애프터 양>(코고나다, 2021) 으로, 제이크 가족의 한 일원이었던 안드로이드 인간 '양'의 고장 이후 그가 남긴 기억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는 안드로이드 양이 필름카메라로 가족의 사진을 찍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양은 가족의 즐거운 장면을 카메라뿐 아니라 자신의 기억 장치에 별도로 저장해둔다. 후에 아버지 제이크의 회상 속에서 이 장면은 양의 기억과는 또 다르게 기억된다. 하나의 같은 경험은 세 개의 서로 다른 기억 속에서 살짝 변형되고 중첩되어 나타난다. 이는 기억의 저장이란 것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결코 완전한 기록일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기억이란 양이 남긴 수많은 아카이브화된 메모리들처럼 선별되고 파편화된 기록들의 모음이다.
제이크에게 있어 단지 딸 아이의 베이비 시터로, 하나의 물건처럼 여겨졌던 양은 그의 기억들을 추적해가는 과정 속에서 한 명의 인간처럼, 나아가 진짜 가족의 일원처럼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는 양이 살아 생전 좋아했던 나비와도 같다. 애벌레가 나비로 탈바꿈하는 순간은 애벌레에게는 끝이지만 나비에게는 새 시작이다. 무에서 유가 나오고, 죽음에서 삶이 비롯되듯 양 역시 수명이 다한 이후 그가 남긴 기억 속에서 삶의 새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다. 비로소 가족의 일원으로 거듭난 양을 추모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 이후 곽영빈 교수(미술평론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객원교수)의 강연, "AI 이후의 기억과 애도, 혹은 영화(의 미래)"가 이어졌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 기억에 다가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며 영화 역시 기억 보존의 차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고, AI에 의해 새로운 차원의 기억 보존과 증언이 가능해졌음을 말하였다.
강연자 곽영빈 교수는 용도를 다해 사라져간 기계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며 강연을 시작하였다. 기계가 사람과 다른 것은 죽지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유기체의 죽음에는 애도를 표하지만 기계에는 그렇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기억의 '저장 공간'으로서 기계에도 애도가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AI를 이용한 새로운 차원의 증언을 기록하고 기억을 보존하려는 시도는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USC Schoah Foundation은 세상을 이미 떠난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증언을 기계화된 홀로그램으로 생생하게 복원시켜 관람자들이 직접 만나고 문답을 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증언이란 가변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으며 모호하고 주관적이라는 속성을 띄지만, 이런 방식으로 생생하게 재현됨으로써 우리는 그것을 진짜라고 믿게 된다.
강연자는 발터 벤야민의 예술에 대한 설명을 인용하여 설명을 진행시켰다. 딱 한 번만으로 존재하는 제 1의 기술과 복제되어 계속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유희 차원의 제 2의 기술. 우리는 진짜는 아니지만 '진짜 같은' 가상 세계를 바라보며 즐거움을 느낀다. 영화는 이런 유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편 앙드레 바쟁은 영화 예술을 리얼리즘으로 보고 미이라 컴플렉스라 불렀다. 영화는 그 본질로부터 인간의 리얼리즘에 대한 집념을 실현시키는 것으로, 결국 자신의 기억을 박제하고 보존시켜 후대에 전하려는 인간 욕망의 실현이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어떤 기억을 박제하고 유전하고자 하는가? 이런 논의는 "확장된 영화(1970)"에 대한 논의를 보면 더욱 잘 알 수 있다. 영화는 예술의 한 형태이지만 확장된 영화는 삶과 마찬가지로 '되기'의 과정이며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켜 삶을 보여주는 하나의 기억장치로 자리잡을 수 있다.
강연자는 강연의 후반에 들어 "역사적 트라우마의 재현"에 대해 말하며 다시 한번 처음의 증언 그리고 기억의 보존과 관련한 논의를 되짚었다. 거듭 말하자면, 증언이란 '믿을 수 없는' 비합리적이고 애매한 것이다. 그러나 한 개인이 아닌 집단의 기억은 마치 외상적 트라우마처럼 깊숙히 자리잡아 두고두고 회자되며 한 세대가 아니라 여러 세대로 전해진다. 역사적 트라우마의 재현은 생동감 있게 표현될 수록 더욱 깊게 자리잡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아포리아 속에서 기억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만약 인간의 기억이 파일 형식처럼 업로드 해 인간이 뇌로서 존재할 수 있다면, 우리의 몸은 필요 없어지게 될까? 영화 <her>에서 주인공이 몸이라는 실체가 없이 목소리로만 존재하는 AI와 사랑에 빠졌던 것처럼, 우리는 인터페이스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무엇이 대체될 수 '있고', 무엇이 대체될 수 '없는가'? 뷰어로서 기억을 바라보는 것과 체험자로서 기억을 기록하는 것 중 어느 것을 택해야하는가? 강연자는 다가오는 AI 시대와 기억의 보존과 관련해 깊이 고민해봐야할 많은 질문들을 제기했다.
AI의 시대와 이전 기억들 그리고 기억 장치들에 대한 애도, 증언의 새로운 차원이 다시 힘있게 강조되며 2일차 강연이 마무리 되었다.
- 김솔휘(경희대학교 HK+ 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연구보조원) / 2024.11.1 |